Sunday, September 12, 2010

이보디보 (evo devo)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


이보디보 (evo devo), evolutionary devolepmental biology의 약자.

진화라는 키워드에 빠져 이것 저것 뒤지다가 발견한 보물 같은 책이다. 내가 보물이라고 할 정도의 책이라면 이건 진짜 보물이니 믿어도 좋다 (책읽는 걸 방청소 이상으로 싫어하는 것으로 여기니).
Sean B. Carroll 이 저잔데.. 대단한 사람인가보다. 이 정도의 지식을 단순한 사실의 전개가 아닌 자신의 철학과 함께 물흐르듯이 정리해서 책으로 내다니.. 글쓰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나로선 이 많은 내용을 한권의 책으로 매끄럽게 정리했다는 사실 조차로도 그를 우러러 보게 되는데.. 해서 그를 구글링 해보니.. 역시 CNN에서 인터뷰를 했을 정도의 과학자이다.

생물에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인듯 싶다. 특히 한국인, 내 경험으로 비춰볼때(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생물학을 배우지만 철학없이, "왜" 라는 의미 없이 생물학을 단순한 사실을 찾는 정도인 양 교과서적으로 배우는 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점점 생물학 내지는 관련 분야를 공부할 수록 내가 얼마나 영혼없는 연구자(물론 아직 '연구자'라고 불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인지 느끼게 되었다. 내가 어떠한 과학적 사실을 발견했을때 그 사실이 어떠한 의미를 갖을 수 있는지 생물학의 거대한 흐름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고 그에 대한 어떠한 대답조차 할수 없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것의 해답은 진화에 뿌리를 둠을 점차 깨달아 갔다.

이 책은 생물학을 배웠다면 익숙한 예제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학적 발견이 생물학의 큰 흐름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이 진화라는 철학을 갖은 자와 갖지 못한자의 차이인것임을 알게된다. (내 기억으로는 분자 생물학 시간에 lactose가 있을때 E.coli가 B-galactose 를 발현시킨다는 사실을 배운적이 있었는데 그 땐 그게 그냥 그랬나보다 라고 아무 생각없었는데 그게 진화라는 개념을 가지고 접근하면 대장균에서 사람까지 굉장히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러한 매커니즘으로 사람의 조직별 서로 다른 단백질의 발현이 가능한 이유가 될수 있다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것에 놀랐다.)

이런 책을 읽으면 느낀 또 다른 안타까움은 이런 생물학적 "의미"를 가르치는 환경이 한국에서는 적다는 것이다. 의미를 알지못하면 결코 그들의 일에 대해 어떠한 즐거움이나 쾌감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일차적으로 그 책임은 내 자신에게 있겠지만 자신이 연구하는 단백질 내지는 종 하나만을 보지 않고 거시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교수에게 수업을 받는다면 나와 같은 학생들도 진작에 가슴떨리는 열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 정말 강추다!!

아..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 자연 현상을 담은 이 글이 세상의 그 어떤 픽션보다 재미 없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는 저자의 머릿말이 참 인상깊다.